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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를 넘어 공감으로(글쓰기의 고수, 음악의 고수) / 박진후 목사
작성일 : 13-12-10 18:08




글쓰기의 고수(高手)

인터넷의 발달로 다양한 대화의 창구가 열렸다. 시공간에 제약이 많았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의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생각을 공유하고 그것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우연히 인터넷에 올린 글에 호평의 댓글이 달리고, ‘좋아요의 추천 수가 많아질 때의 기분은 글을 쓴 당사자만이 알 수 있으리라.

이쯤 되면 누구나 글쓰기에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자신의 글에 힘이 실리고, 각계의 전문가들까지 공감할 수 있는 글쓰기의 고수가 되고 싶다면, 이 점을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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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글쓰기를 시작한, 그러니까 문학계에 갓 입문한 글쟁이들에게서 나타난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감정이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이다. 문학 평론가 김기석 목사는 신인과 중견을 구분 짖는 결정적인 요인을 작가의 감정 컨트롤에서 찾는다. 자신의 감정 변화가 글에 일대 일로 대응하여 그대로 묻어난다면 이제 막 등단한 신인들로 보아도 무방한 것이다. 비록 글이 논리적이고 유려한 미사여구로 장식됐다 하더라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배설적 글쓰기는 독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글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반면에 단어 하나마다 무게가 실려 있고, 문장의 구절마다 깊은 통찰이 담긴 중견 작가들의 글에서는 이런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삭여서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낸다. 그들의 글에는 의도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독자들은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읽는 동안 글 속에 녹아들어 있는 저자의 생각들에 공감하고 그 의미에 대해 묵상한다. 이러한 글은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글을 소비하게 만들지 않고, 독자들을 생각의 장으로 이끌고 간다. 독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글, 작가의 노련함이 드러나는 글, 이점이 바로 신인과 중견, 하수와 고수가 쓴 글의 차이다.

 

음악의 고수(高手)

최근에 모 신인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의 곡에 대한 표절시비 논란이 있었다. 소속사와 본인만 시인 하지 않았을 뿐, 누가 들어도 그의 곡은 기존에 있는 곡과 유사했다. 당시 누군가가 그에게 붙인 별칭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싱어송프린터'(Singer-songprinter). 빈정대는 어투가 거슬리는 말이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말로도 볼 수 있다.

곡의 창작가가 되느냐, ‘곡을 베끼는 기계가 되느냐는 질문은 이 시대의 좋은 음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던지는 화두(話頭)이다. 모방은 창조를 골자로 해야 한다. 그 이상 욕심을 내면 도둑질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적어도 곡을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의도한 감정과 생각을 그에 적절한 음악적 기호를 취사선택해서 군더더기 없이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실력이다. 거기에 곡에 대한 특별한 설명 없이 청중들이 곡의 흐름만으로 가수의 감정과 작곡자의 의도를 읽어냈다면, 그런 곡을 쓴 사람은 그야말로 음악의 대가라고 할 수 있겠다.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노력도 기울여야하겠지만, 곡을 해석할 수 있는 분석능력과 표현할 수 있는 문학적 소양, 시대의 사조를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가 그랬다. ‘음악은 음악(音樂)이 되어야지 음학(音學)이 돼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 말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음학에 대한 고민 없이는 제대로 된 음악이 나올 수 없다. 자기 성찰을 통한 고민의 흔적이 내면화돼서 곡에 흡수되고, 그것이 음악적 기호를 타고 천성과 같은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을 때라야 공유를 넘어 공감을 이룬, 제대로 된 음악이 될 수 있다. 이런 음악에 힘이 실리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러니 음악의 고수가 되려면, 먼저 음학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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