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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정치화' 도를 넘었다
작성일 : 18-06-09 00:08
[PenN수첩/홍준표] '사법부의 정치화' 도를 넘었다

홍준표 PenN 기자

도덕이란 칼자루를 손에 쥔 정부가 모든 영역의 법들을 거리낌없이 난도질하고 있다. 정의를 외치는 관료들은 무한한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부여받았다는 착각에 빠져 보이지 않는 손들을 하나 둘씩 잘라내고 있다. 현대 권력의 정당성은 투표와 선거에서 나오기에 경제가 낭떠러지를 향해가거나 사법부의 판결이 정치 도구화되도 자신들의 방향성에 대한 자정작용은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들의 지지율을 보며 안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은 민주주의의 위험성을 나타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군중 민주주의가 마치 모든 것을 정당화 시킬 수 있다는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무려 2000년도 더 된 시점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모인 군중에 대한 우매함을 지적했고, 그 제자인 플라톤은 자신의 스승이 민주주의에 의해 타살되자 급기야 철인정치를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일어난 일련의 20세기 수많은 사건들은 오히려 사회를 분열시켰고 극으로 치닫게 했다. 21세기 들어서는 포퓰리즘이 남미를 패망시켰고 아직도 그 주술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 사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더욱 중요하다. 이들은 정치에 흔들리지 않아야 할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행정부가 도덕과 정의로 포장된 갑질을 해도 사법부에서 위법이라면 위법이고 합법이라면 합법인 것이다. 입법부가 사회 변혁에 대한 정부의 필요 이상의 개입으로 개인의 소유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시민들이 헌법소원을 청구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사법부가 사회 개혁에 적극적이라면 정치적 편향성을 띌 수 밖에 없고 이는 국가권력의 무제한적 확대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삼권분립에 따른 사업부의 독립이란 말은 형식만 유지할 뿐 실질적으로 유명무실해지며 또 다른 21세기의 비극적 국가를 만들어 낼 가능성을 증폭시킨다.

최근 사법부는 "재판은 정치다"라는 주장에 상당수 판사가 동의하고 있는 듯 하다. 사법부의 수장(首長)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최근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다수의 국민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인민재판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사법부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심화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판사도 판결의 자유가 있다는 주장까지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마치 외과의사에게 수술의 자유가 있다며 환자를 난도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같은 생각은 사회 구성원 다수가 가지고 있는 도덕규범의 범위를 최대한으로 확대하며 선을 명령하고 악을 금지해야 한다는 강행적극주의에 기인하거나 법해석과 판결에 있어서 법실증주의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정치적 목표나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사법적극주의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는 사법부가 법에 따른 판결이 아닌 사회 개혁이라는, 정치를 하려는 속성을 내포하기에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현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적폐청산, 대기업 횡포 금지, 갑질 근절 등은 정치 보복적인 논리가 경제 논리에 우선하고 있다. 그렇기에 사법부가 법해석에 있어서 소극적이어야 국가가 패망으로 치닫는 최악의 길은 막을 수 있다. 더욱이 현 정부가 말하는 국민은 촛불과의 동치일 뿐 그 이상으로 포괄적이지 않기에 직접민주주의 또는 군중민주주의의 우매함을 바로 잡아줄 국가 권력 기관이 필요하다.

비록 지금까지 행해온 바로 미루어 보아 그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선출직으로 구성되지 않은 사법부만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물론 국가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권력의 3부 외에 언론과 학계, 시민단체, 종교계의 보완적 장치의 기능성 회복은 필수다. 정치적인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경제 분야에 있어 자유도가 하락하고, 개인의 소유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정치화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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