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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 잘못 맺었다가 공산화
작성일 : 17-07-07 15:28
평화협정 잘못 맺었다가 공산화된 월남의 교훈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논의의 위험성

이기범(아산정책연구원)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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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 홈페이지에서 가져옴.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논의의 위험성

1950년 6월 25일 채택된 UN안보리 결의 82가 북한군의 38선 이북으로의 즉각적인 후퇴를 언급하고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전쟁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마찬가지로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이어서 1950년 7월 7일 채택된 UN안보리 결의 84는 무력공격을 받은 대한민국을 위한 회원국들의 군사적 원조를 결정하였다. 즉, 한국전쟁의 원인이 ‘불법적인’ 북한의 침략이었기 때문에 현 UN 체제하에서 한국전쟁은 종전을 위해 평화협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쟁이 합법일 수 있었던 1945년 이전의 국제법적 사고에 불과하다.

1945년 이후의 평화협정의 대표적인 예로 많은 이들은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1973년 1월 27일 미국, 북베트남, 남베트남, 남베트남 임시혁명정부 간에 체결된 ‘Paris Peace Accords’를 들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의 성격을 미국 및 남베트남의 자위권 행사로 보았을 때 종전을 위해 평화협정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은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이 평화협정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불필요한 평화협정 체결이 오히려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평화협정 체결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평화협정에 들어가는 내용이 역으로 평화를 해칠 수 있다는 1973년 ‘Paris Peace Accords’의 교훈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남베트남의 소멸을 초래한 1973년 ‘Paris Peace Accords’에는 몇몇 독소조항들이 있었다. 이 조약 제4조23 및 제6조24는 미국이 남베트남에 군대를 주둔시킬 근거를 상실시켰다. 그리고 제9조25는 남베트남에서의 ‘민족자결권(people’s right to self-determination)’ 행사를 강조함으로써 남베트남이 북베트남에 병합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였다. 즉, 미국이 철군한 상황에서 1973년 ‘Paris Peace Accords’의 민족자결권 개념이 강조되었을 때 남베트남의 병합을 민족자결권 행사로 호도할 수 있었다.

1973년 ‘Paris Peace Accords’의 예에서 보듯 만약 1953년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된다면 평화협정에 북한의 핵 개발 포기 또는 한반도 비핵화가 명시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한미군 철수 또는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민족자결권 존중 등이 포함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국가들의 무력사용이 불법화 된 현 UN 체제하에서 한반도가 기술적으로 여전히 전쟁상태에 있고 따라서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70여년 간 유지되어온 국제법 질서에 대한 중대한 오해다. 국가들의 무력사용에 관한 국제법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요람 딘스타인(Yoram Dinstein)도 “만약 정전협정 체제가 비정상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경우에 적대행위가 재개된다면 이는 ‘새로운’ 전쟁의 시작일 뿐”이라고 언급했다.26 한반도는 법적으로 별도의 평화협정 체결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포기 등을 통해 대한민국과 북한 간에 ‘실질적인’ 평화 상태가 존재한다면 자연스럽게 미국은 북한을 국제법적으로 국가로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정상화 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평화협정 체결이 평화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포기 등 ‘현상의 변화’가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 문제는 북한이 의도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 대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대 북한의 문제이며, 북한은 국제사회에 대한 자신의 ‘의무’인 핵 포기를 대가로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평화협정도 조약이고 이에 대한 위반은 국제법 위반이 되므로 굳이 미국 또는 대한민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한반도 평화를 법적 틀 안에 놓을 이유가 없다. 만약 주한미군 철수 또는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등이 국제법상 의무가 된다면 평화협정 체결이 우리에게 더 큰 안보 부담을 가져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5. 나가며

현 UN 체제하에서 국가들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예외인 ‘UN안보리 결의에 의한 군사적 조치’와 ‘자위권 행사’는 무력을 먼저 사용한 국가의 불법적인 무력사용을 상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들의 관계를 법적으로 전쟁에서 평화로 전환시켰던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종전은 현 UN 체제와 합치하지 않는다. 1945년 이후의 관행도 전쟁이라는 용어의 사용 또는 평화협정 체결을 최대한 회피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1945년 이후 체결된 평화협정의 대표적인 예인 1973년 미국, 북베트남, 남베트남, 남베트남 임시혁명정부 간에 체결된 ‘Paris Peace Accords’는 평화협정이 오히려 법적 틀 안에 현상의 하나인 평화를 가두어 놓음으로 평화가 궁극적으로 구축될 수 없음을 증명하였다. 현 UN 체제하에서 법적으로 필요가 없는 평화협정을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법적 수단이라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 국제법 체계를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평화협정에 들어가는 내용이 오히려 평화를 해칠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북한의 핵 포기 등을 통해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가 조성된다면 이는 북한이 UN안보리 결의 1718, 1874, 2094, 2270 등 관련 UN안보리 결의들을 충실히 이행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질적인 한반도 평화가 구축되었을 때 UN안보리는 한반도에 이미 평화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새로운 UN안보리 결의를 채택할 수 있다. 이것이 현 UN 체제에서 법적으로 한반도가 평화 상태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법적 행위인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 1.

    “The directly related parties will negotiate a permanent peace regime on the Korean Peninsula at an appropriate separate forum.” 

  • 2.

    통일연구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안』, 1995, 6면. 

  • 3.

    ‘성 어거스틴(St. Augustine)’은 유책 당사자가 배상을 거부했을 때 피해에 대한 ‘복수’의 관점에서 정전을 논하였다. See Malcolm N. Shaw, International Law, 7th e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4), p.812.

  • 4.

    Randall Lesaffer, “Too Much History: from War as Sanction to the Sanctioning of War”, in Marc Weller (ed.), The Oxford Handbook of the Use of Force in International Law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5), p.37. 

  • 5.

    Ibid., p.38. 

  • 6.

    Lassa Oppenheim, International Law: A Treatise, Volume II (War and Neutrality), 2nd ed. (London: Longmans, Green and Co., 1912), §94. 

  • 7.

    “The High Contracting Parties solemnly declare in the names of their respective peoples that they condemn recourse to war for the solution of international controversies, and renounce it, as an instrument of national policy in their relations with one another.” 

  • 8.

    Mohammad Taghi Karoubi, Just or Unjust War?: International Law and Unilateral Use of Armed Force by States at the Turn of the 20th Century (Aldershot: Ashgate, 2004), p.103. 

  • 9.

    “All Members shall refrain in their international relations from the threat or use of force against the territorial integrity or political independence of any state, or in any other manner inconsistent with the Purposes of the United Nations.” 

  • 10.

    조약인 UN헌장이 아닌 ‘국제관습법(customary international law)’상 무력사용이 가능한 경우로 ‘인도적 간섭(humanitarian intervention)’이 제시되고 있으나 이 개념의 합법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상당하다.

  • 11.

    Yoram Dinstein, War, Aggression and Self-Defence, 4th e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5), p.32. 

  • 12.

    Ibid., p.36.

  • 13.

    Oppenheim, supra note 6, §§290-293. 

  • 14.

    “This Agreement, having been negotiated and concluded in pursuance of the resolution of the Security Council of 16 November 1948 calling for the establishment of an armistice in order to eliminate the threat to the peace in Palestine and to facilitate the transition from the present truce to permanent peace in Palestine, shall remain in force until a peaceful settlement between the Parties is achieved, except as provided in paragraph 3 of this Article.” 

  • 15.

    김명섭, 『전쟁과 평화: 6.25 전쟁과 정전체제의 탄생』 (서울: 서강대학교출판부, 2015), 576면. 

  • 16.

    상게서, 582-589면.

  • 17.

    상게서, 595-599면.

  • 18.

    김명섭, “한국군은 6.25 전쟁 정전협정의 당사자인가?”, 『국방연구』, 제56권 제3호 (2013), 121면.

  • 19.

    상게논문, 117-119면. 

  • 20.

    Oppenheim, supra note 6, §266. 

  • 21.

    “There shall henceforward be Peace and Friendship between Her Majesty the Queen of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Ireland, and His Majesty the Emperor of China, and between their respective Subjects, who shall enjoy full security and protection for their persons and property within the Dominions of the other.”

  • 22.

    “China recognises definitively the full and complete independence and autonomy of Korea, and, in consequence, the payment of tribute and the performance of ceremonies and formalities by Korea to China, in derogation of such independence and autonomy, shall wholly cease for the future.”

  • 23.

    “The United States will not continue its military involvement or intervene in the internal affairs of South Vietnam.” 

  • 24.

    “The dismantlement of all military bases in South Vietnam of the United States and of the other foreign countries mentioned in Article 3 (a) shall be completed within sixty days of the signing of this Agreement.” 

  • 25.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Government of the Democratic Republic of Vietnam undertake to respect the following principles for the exercise of the South Vietnamese people’s right to self-determination:
    (a) The South Vietnamese people’s right to self-determination is sacred, inalienable, and shall be respected by all countries.
    (b) The South Vietnamese people shall decide themselves the political future of South Vietnam through genuinely free and democratic general elections under international supervision.
    (c) Foreign countries shall not impose any political tendency or personality on the South Vietnamese people.” 

  • 26.

    Dinstein, supra note 11,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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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범
    이기범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 국제법 및 분쟁해결프로그램 

    이기범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글로벌 거버넌스센터 국제법 및 분쟁해결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법학박사 학위 취득 후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광운대학교, 전북대학교 등에서 국제법을 강의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해양경계획정, 국제분쟁해결제도, 영토 문제, 국제기구법, 국제법상 제재(sanctions) 문제 등이다.

언론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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