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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업무수첩」의 비밀…대통령 지시를 그 즉시 기록한 게 아니라, 최순실 사건이 터진 후에 작성되었다!
작성일 : 17-06-01 11:11
안종범 업무수첩」의 비밀…대통령 지시를 그 즉시 기록한 게 아니라, 최순실 사건이 터진 후에 작성되었다!
우종창 기자의 심층 취재/ 박근혜 인민재판의 내막⑧

禹鍾昌(조갑제닷컴)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미르 및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재단 출연금 부분에 대해 대기업 회장들에게 말한 바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안종범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하는데, 그러면 두 재단의 설립 작업은 과연 누구의 지시로 시작되었고, 재단 기금 300억 원은 누가 책정한 것인가?
 그 해답은 김건훈 보좌관의 진술에서 이름이 거론된 방기선 국장의 검찰 조서에 들어 있다. 방기선 국장은 김건훈 보좌관에 대한 조사가 있은 후인 2016년 11월17일, 참고인 자격으로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검찰에서 3번, 특검에서 1번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박근혜 인민재판'에서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는 안종범(安鍾範·58) 경제수석의 업무수첩 내용은 安 수석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지시받은 자리에서 기록한 것이 아니라, 최순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인 2016년 10월12일, 사건의 흐름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기재했다는 사실이 검찰 조서에서 확인되었다.

安 수석이 이 같은 성격의 업무수첩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날은, 그가 검찰에 긴급 체포되기 20여일 전으로, 모든 기성 언론과 종편이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관련하여, 고영태, 이성한(미르재단 초대 사무총장)의 허위 제보내용을 사실 확인 없이 마구 보도하고 있을 때였다.

기자가 이른바 「안종범 업무수첩」을 주목하기 시작한 첫 번째 이유는 검찰이 그동안 업무수첩의 실물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두 번째 이유는 미르 및 K스포츠재단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설립되었고,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에게 출연금 액수까지 정해 주었다는 내용이 安 수석 업무수첩에 적혀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7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안가(安家)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김용환 부회장, CJ그룹 손경식 회장, SK이노베이션 김창근 회장을 만난 데 이어,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등 총 7명의 대기업  회장과 단독 면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독 면담이 끝난 후 대통령이 安 수석에게 「대기업 회장들과 논의를 했으니 10개 기업에서 각각 60억 원을 출연 받아 300억 원 규모의 문화 및 스포츠재단 2개를 만들라」고 지시했고, 이 지시 사항이 安 수석 업무수첩에 기록돼 있다는 것인데,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재단 이야기나 기금 이야기, 돈 이야기는 나온 바가 없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인민재판 시리즈⑥ 참고)

그럼에도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 및 K스포츠재단의 출연금으로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204억 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와준 대가로 받은 뇌물이라 주장하고, 대통령에게 뇌물죄와 함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죄를 동시에 적용했다. 증거 부족을 이유로 뇌물죄가 무죄로 판단될 경우에 대비한 조치다. 대통령과 공모하여 미르 및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최서원 피고인에게도 대통령과 똑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때문에 「안종범  업무수첩」이 증거로서의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대통령과 최서원 피고인에 대한 재판에서 중요 쟁점이다. 그런데 「안종범 업무수첩」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그 즉시 받아 적은 것이 아니라, 최순실 사건 발생 후, 安 수석 입장에서 사건의 흐름을 정리한 일종의 메모에 불과하다면 그 가치는 달라진다.


안종범 수석 집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긴급 체포

JTBC의 태블릿 PC 보도로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되던 2016년 10월29일, 검찰은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었던 안종범 씨 집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1월2일에는 安 수석의 청와대 집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청와대 거부로 무산되자, 이날 오후 2시쯤 安 수석을 검찰에 소환해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날 밤 11시40분경 安 수석을 검찰 청사에서 긴급체포한 후 조사를 계속했다.

검찰은 11월5일 안종범 수석을 구속했다.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던 安 수석은 11월7일에 있었던 제4회 피의자 신문조사에서 처음으로 업무수첩의 성격과 작성 날짜를 실토했다. 安 수석을 조사한 사람은 서울중앙지검 김민형 검사다.

김민형 검사가 安 수석 집에서 압수한 업무수첩(2016년 10월8일 이후 사용분) 중 해당 기재 부분을 보여주며, ‘이 부분은 피의자가 피의자의 주거지에서 압수된 업무수첩에 기재된 내용과 동일하지요’라고 묻자 安 수석은 이렇게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2016. 10. 12. 본건(本件) 관련된 흐름을 정리하면서 제 수첩에 기재를 하였는데, 방금 보여주신 그 부분에 전반적인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2015(수첩에 2016.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오기임) 2. 24. 메세나협회 모임을 하였고, 이어서 2015. 7. 24. 창조혁신센터장 및 후원 기업 대표 간담회가 개최되고 곧 이어 2015. 7. 24. 및 2015. 7. 25. 양일에 걸쳐 총 7개 기업을 대통령께서 1대1로 독대하신 내용이 위 수첩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독대한 기업으로는 7. 24. 현대차, CJ, SK 이렇게 3군데, 7. 25. 삼성, 엘지, 한화, 한진 이렇게 4군데입니다.’

1년 전의 일을, 1년 후에 작성한 업무수첩에 기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 김민형 검사는 安 수석에게 그 이유나 의도가 무엇인지를 추궁하는 게 수사의 정도(正道)일 것이다. 그러나 검찰조서에 기록돼 있는 것은 딱 한 줄, 「제가 2016. 10. 12. 본건 관련된 흐름을 정리하면서 제 수첩에 기재를 하였는데」라는 安 수석의 진술뿐이다. 이어지는 5회, 6회, 7회 진술조서에는 업무수첩 작성과 관련하여 安 수석을 추궁했다는 기록이 없다. 


강백신 검사의 날카로운 추궁

「안종범 업무수첩」속의 내용이 무엇을 근거로 작성되었는지에 대한 신문은 8회 진술조서(11월11일 작성)에 처음 등장한다. 이 부분을 신문한 사람은 서울중앙지검 강백신(姜白信·44) 검사다. 김민형 검사에 이어 安 수석을 조사한 姜 검사는 서울대 인류학과 출신이다.

姜 검사는 ‘피의자는 전회 사실대로 진술하였는가요’라는 의례적인 질문을 하고 난 뒤, 본격 신문에 착수했다. 姜 검사는 먼저 안종범 수석이 2014년 6월2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부임한 이후의 주요 일정, 특히 대기업과 관련된 일정을 날짜별로 정리해 놓은 문건을 제시했다.

姜 검사가 ‘아래 문건은 피의자의 보좌관인 김건훈의 주거지에서 압수된 문건인데, 어떤 문건인지 아는 가요’라고 묻자, 安 수석은 이렇게 대답했다.
‘2016년 11월2일 국회운영위 출석이 예정돼 있어 그에 대한 대비차원에서 김건훈 보좌관에게 제가 청와대 수석으로 들어오고 난 이후 일에 대해서 시간 순서대로 정리를 해 보라고 지시를 하여 김건훈이 정리한 문건입니다. 김건훈 보좌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는 대기업 등 주요 논의 일지와 K스포츠 관련 문건, 언론 제기 의혹 정리 문건 등 3가지였습니다.’

이어지는 신문내용이다.
<문: 피의자의 보좌관 김건훈은 위 문건 내용을 어떤 자료에 기초하여 정리를 한 것인가요?
답: 제가 청와대 수석으로 들어가서 업무를 처리한 내용은 김건훈이 보좌관으로서 별도 정리를 하고 있었고, 그와 같이 정리해 둔 자료에 기초하여 정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姜 검사는 安 수석 옆에 참고인 자격으로 동석한 김건훈 보좌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김건훈 보좌관은 安 수석이 경제수석에 취임한 날부터 따라다닌 전속 보좌관이다. 그는 청와대 내 책상서랍에 보관하고 있던 별도의 「안종범 업무수첩」을 특검에 제출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姜 검사는 김건훈 보좌관을 상대로 ‘위 메모는 어떻게 작성한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김 보좌관은 ‘저희 업무시스템에 있는 기본적인 해외 순방 일정과 그 전에 제가 정리를 하였던 수첩이나 기타 자료 등을 기초로 작성한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姜 검사는 김건훈 보좌관이 작성한 메모 중, 대통령이 2015년 7월24일부터 25일 사이에 대기업 총수들과 단독 면담한 내용이 기록된 부분을 安 수석에게 제시했다. 메모 내용은 이렇다.

「7월24일~25일 대기업 총수 면담(재단 관련 언급 시점)
-7월24일 : 현대차, CJ, SK.
-7월25일 : 삼성, LG, 한화, 한진」

姜 검사는 安 수석에게 ‘위 문건 중 아래 부분은 어떤 내용인가요’라고 물었다.  安 수석은 ‘지난번에도 진술한 바 있는데, 2015. 7. 24.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오찬 간담회 행사 이후 대통령과 7개 기업 회장과의 단독 면담 내용을 정리해 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安 수석이 밋밋하게 대답하자 姜 검사는 바로 김건훈 보좌관을 겨냥했다. 위 문건 작성자가 김 보좌관이기 때문이다.
<문: 위 문건에 ‘재단 관련 언급 시점’이라고 기재가 되어 있는데, 어떤 근거로 위와 같은 내용을 기재한 것 인가요?

답: 제가 위 문건을 작성하면서 경제․금융비서관실의 방기선 국장에게 ‘문화·체육 재단이 언급된 시점이 언제 정도 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작년 7월에 있었던 대통령과 기업 회장들과의 면담이 있을 때인 것 같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여 제가 위와 같이 정리를 한 것입니다.
(이때 피의자가 ‘제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여, 검사가 피의자에게 언제 이야기를 한 것인지 확인을 하자, 피의자는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나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여 참고인 김건훈으로부터 피의자의 진술에 대하여 계속 진술하게 함)
네, 수석님으로부터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방기선 국장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난 후에 다시 한 번 수석님에게도 물어봤던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수석님이 작년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님들의 면담이 있을 때였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김건훈 보좌관은 최순실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 비로소,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에 대한 설립 논의가 처음 거론된 시점이 대통령과 7대 그룹 회장들과의 단독 면담 자리라는 것을 안종범 수석에게서 들었다는 이야기다.

그와 같이 중요한 내용을 安 수석은 자신의 심복과 다름없는 김건훈 보좌관에게 그 즉시 알려주지 않고, 왜 최순실 사건이 보도된 후 뒤늦게 실토했는지, 그 의도가 참으로 궁금하다.
 
이어지는 신문에서 姜 검사는 安 수석이 자필로 작성한 업무수첩의 한 페이지를 제시했다. 한진, 삼성, SK, CJ, LG, 한화, GS, 두산 등의 기업체 이름과 함께 그 기업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고, 노인 회장(이선), 양학선 증여세 등의 뜻 모를 글씨가 쓰여 있었다. 이를 근거로 姜 검사는 安 수석을 추궁했다.

<문: 피의자가 작성한 2015년 수첩 내용 중 아래 부분을 보면, 대통령과 면담을 한 그룹이 아닌, GS와 두산이 언급된 부분이 있는데 두 그룹이 언급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답: 마지막 부분에 GS와 두산이 기재되어 있는 것이 대통령이 저에게 이야기를 하여 적어 둔 것인지, 대통령과 구본무 회장님이 한 이야기를 기재해 둔 것인지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습니다.

문: 피의자가 이승철 부회장 또는 다른 전경련 관계자에게 대통령과 면담한 7개 기업 명단을 알려 준 적이 있는가요?
답: … …(한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 없습니다. 전경련 측에서 파악을 했을 것입니다. 제가 그와 같은 사실을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대통령이 면담을 한 기업들 명단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하여 제가 전경련에 독대 기업 명단을 주지 않았던 것은 확실합니다.

문: 독대 기업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나, 대통령이 재단 관련 협조를 요청한 기업 명단은 재단 설립을 위하여 실무를 처리해야 하는 전경련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이므로, 보안을 유지하라는 전제하에 전경련에는 피의자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알려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답: … …(피의자는 한동안 생각을 하다가) … …해당 기업들이 알려 주었을 것입니다.

문: 피의자의 진술에 의하면, 대통령이 위 7개 그룹과 면담을 통하여 재단 설립 협조를 요청했다고 하면서 재단 설립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인데, 그 명단을 전경련에 알려 주지 않았다는 것은 대통령의 지시를 어긴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답: … …(피의자는 한동안 생각을 하다가) … …그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의 대기업 회장 면담 결과 재단법인 설립 공감대를 전경련과 이야기를 하였고, 재단 설립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였으며, 그 이후 일을 전경련에서 알아서 하는 것입니다.

문: 2016. 10.경 본건(本件) 의혹이 제기되고 난 후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그 내용을 피의자의 주거지에서 압수된 수첩에 기재해 둔 사실이 있는가요?
답: 예, 있습니다.
문: 수첩에 기재된 내용은 어떤 것이었는가요?
답: 2015. 2. 및 7. 두 번의 회의를 통하여 대기업 회장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그 이후 전경련 주도로 모금을 한 것으로 해명을 하자고 하여, 그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방기선 국장 등장… 안종범 주장을 허물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미르 및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재단 출연금 부분에 대해 대기업 회장들에게 말한 바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안종범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하는데, 그러면 두 재단의 설립 작업은 과연 누구의 지시로 시작되었고, 재단 기금 300억 원은 누가 책정한 것인가?

그 해답은 김건훈 보좌관의 진술에서 이름이 거론된 방기선 국장의 검찰 조서에 들어 있다. 방기선 국장은 김건훈 보좌관에 대한 조사가 있은 후인 2016년 11월17일, 참고인 자격으로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검찰에서 3번, 특검에서 1번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방기선 국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행정고시 34회에 합격하여 공직에 입문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에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처음 파견돼 2년간 근무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9월2일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 행정관으로 재 파견되었다. 청와대 파견근무 2년을 끝내고 기획재정부에 복귀해 지금은 경제예산심의관으로 근무 중이다.    

방 국장이 청와대에서 했던 업무 중의 하나가 ‘대통령 말씀자료’작성이다. 말씀자료 작성 과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공식행사에서 대통령께서 하실 말씀내용을 미리 각 비서관실(경제수석실 산하 6개 비서관실)로부터 받아서 제가 취합·정리하여 경제수석에게 보고한 다음, 정책조정수석실 또는 연설기록비서관실에 제출하면 그곳에서 최종적인 대통령 말씀자료를 만들어서 대통령께 보고하게 됩니다.’ 

방 국장이 미르 및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재단 출연금 부분에 대해 진술한 것은 제2회(2016년 11월 27일) 검찰 조사 때다. 이때 그를 조사한 사람은 姜白信 검사다. 姜 검사는 방 국장의 진술내용을 아주 자세하게 조서에 기록했다. 인용하면 이렇다.

<문: 2015. 7.경 있었던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들과의 개별 면담을 위한 말씀자료를 만들기 수개월 전에 안종범 경제수석이 문화, 체육재단 설립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를 한 사실이 있는가요?

답: 네, 있습니다. 처음 지시를 하였던 시기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지금 기억으로는 2015. 여름 더워지기 전으로, 최소한 5월 또는 4월이거나 그 전 무렵으로 기억이 되는데, 최상목 비서관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안종범 수석이 문화계의 경우 이념 편향적인 인사들이 많이 있는데, 그렇지 않는 인사들로 이루어진 단체를 만들어 일정한 활동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이므로, 사람들을 모아서 재단 같은 단체를 만들 방안을 한 번 검토해 보라는 식으로 말씀을 하셔서, 제가 인터넷 등을 통해 관련자료 검색 후에 사단법인 설립 검토 방안과 재단법인 설립 검토 방안을 만들어 간단하게 보고를 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보고를 받은 안종범 수석님이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인지, 그 후에 시간적 간격이 있었던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은데, 안종범 수석이 재단 쪽으로 가자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나서 그 후에도 가끔씩 안종범 수석이 재단 관련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물어보시곤 하셨습니다.                    

저하고 최상목 비서관이 재단 설립 관련 금액을 얼마로 할 것인지 가끔씩 이야기를 하곤 하였는데, 처음에는 문화재단만 이야기가 있다가 어느 순간 체육재단도 이야기가 되어 2개 재단을 설립하는 것으로 되었고, 출연 규모 관련 10억, 30억, 50억 등으로 이야기하다가 최종적으로 안종범 수석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최상목 비서관이 두 개 재단 각 300억 원으로 하자고 하여 최종적으로 두 개 재단 300억 원씩 600억 원으로 하여 최종 설립 방안을 만들어 보고를 드렸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 보고서 관련 김건훈 보좌관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일이 있고, 2015. 여름 경 토요일에 김건훈 보좌관이 전화를 하여 보고서 최종안 관련 무엇인가를 물어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제가 토요일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전화를 받은 것이어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이때 검사는 김건훈의 태블릿 피씨에서 압수된 ‘150724-문화체육재단(1)’을 살펴보게 한 후, ‘위 파일 문건이 진술인이 작성한 것 인가요”라고 물었다. 방기선 국장은 ‘네, 맞습니다. 제가 초안을 작성하여 김건훈 보좌관에게 보내주었던 것이고, 최종적으로 김건훈 보좌관이 일부 내용을 추가하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진술했다.

방 국장의 진술을 종합하면, 문화 및 체육재단 설립 방안은 「2015년 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4, 5월에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문화계 인사들로 이루어진 단체를 만들어 보라는 지시를 받고 사단법인과 재단법인 설립을 검토했다가 재단법인 설립으로 방향을 틀었고, 재단 출연기금 600억에 대해서는 安 수석이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강백신 검사가 방기선 국장에게 보여준 ‘150724-문화체육재단(1)’은 방 국장이 2015년 7월24일에 완성한 「문화/체육 분야 비영리 재단법인 설립 방안」이란 제목아래 A4 용지 한 장에 작성한 개인적인 서류였다. 청와대나 경제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했다는 표시도 없다.

다만 이 사문서(私文書)에 기재된 재단 설립 방안이 미르 및 K스포츠재단의 설립 방안과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 검찰은 이 서류를 대단한 증거물로 간주했다.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한웅재 부장검사는 구속 직전에 이뤄진 조사(2017년 3월21일)에서 이 서류를 회심의 카드로 제시했다. 이 부분을 인용하면 이렇다.

<(이때 검사는 피의자에게 2015. 7. 24.자 청와대 경제수석실 작성의 ‘문화/체육 분야 비영리 재단법인 설립 방안’사본을 제시함. 이하 피의자에게 제시하는 서류는 별도 수사보고서로 편철함)
 
문: 피의자는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GS, 한진, 한화, 두산, CJ 등 총 10개 기업으로부터 각 30억 원씩 총 60억 원을 출연 받아 300억 원 규모의 문화 및 체육재단 설립을 추진한다’는 위 문건을 보고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답: 저는 이 문서를 처음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서는 청와대에서 저에게 보고하는 양식도 아닙니다.>

대통령이 이렇게 대답한 것은 검찰이 제시한 서류가 방기선 국장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서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한웅재 부장검사는 이 서류가 마치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작성된 공문서인 것처럼 대통령을 추궁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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